신과 시장, 바게트와 정글 – 안장(An Giang)을 걷다
안장(An Giang)은 베트남 남서부 끝자락, 메콩강(Mekong River)의 강줄기 사이에 숨어 있는 진짜 베트남이다. 사원, 모스크, 파고다가 나란히 서 있고, 모닝보트가 다니는 수로 옆에선 아침 바게트 굽는 냄새가 난다. 여행객에겐 낯설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도시. 쭈독(Chau Doc), 롱쑤옌(Long Xuyen), 그리고 국경 마을들까지 이곳은 천천히 걸어야 제맛이다.
언제 가면 좋을까?
음력 4월(양력 5월 즈음)은 바주어쑤 여신(Ba Chua Xu) 축제가 열린다. 수백만 명이 몰려 삼산(Sam Mountain) 자락에 있는 사원에 모여들고, 현지 장사꾼들은 여신에게 ‘돈을 빌렸다가’ 연말에 다시 ‘갚으러’ 온다. 이게 실제 문화다. 그때 숙소는 예약 전쟁이다. 반면 9~11월은 메콩강의 홍수철. 수로 위로 푸른 수초가 가득 덮이고, 배를 타고 숲속을 누비는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약간 젖는 것쯤은 기꺼이 감수해야 할 계절이다.
삼산, 뱀 사원, 그리고 국경의 바람
쭈독(Chau Doc)의 랜드마크는 삼산(Sam Mountain). 정상을 오르면 한쪽으론 베트남, 한쪽으론 캄보디아(Cambodia)가 보인다. 바주어쑤 사원과 함께 꼭 들러야 할 곳은 푸억디엔 사원(Phuoc Dien Pagoda). ‘뱀 사원(Snake Pagoda)’이라 불리는 이유는, 전설 속 채식 뱀 두 마리가 살았다는 동굴이 있기 때문. 지금도 그 동굴엔 뱀 모양 석상이 놓여 있다. 참선 공간은 조용하고, 나무 냄새가 좋다.
배 위에서 열리는 아침 시장, 초록 물결 속 트래킹
롱쑤옌(Long Xuyen) 수상시장에서는 해 뜨기 전 새벽 5시부터 장이 열린다. 바나나, 파인애플, 꽃, 생선, 무엇이든 배 위에서 사고판다. 관광객은 배를 빌려 그 장면 한가운데를 통과할 수 있다. 아침은 반짬비(Banh Tam Bi). 쫄깃한 면에 코코넛 소스, 고기고명이 올라간 현지식이다. 진짜 배 위에서, 진짜 로컬들이 파는 진짜 아침이다.
트라쑤(Trà Sư)는 정글 그 자체다. 배를 타고 숲 사이 초록 수초를 가르며 들어가면, 갑자기 백로 떼가 하늘을 날고, 연꽃잎이 물 위에서 흔들린다. 조용히 노를 저으며 자연에 녹아드는 느낌이 든다. 숲엔 140종의 식물, 120종의 동물이 살고 있다. 그중엔 희귀 조류도 포함된다.
먹고, 또 먹고, 또 먹는다
안장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을 셋만 꼽자면 이렇다. 첫째, 라우맘(Lau Mam). 발효 생선 베이스 국물에 새우, 오징어, 돼지고기, 각종 허브와 야채가 들어간 전골. 향은 강하지만, 한 입만 먹으면 중독된다. 둘째, 쭈오이 넵 누엉(Chuoi Nep Nuong). 바나나를 찹쌀로 감싸 숯불에 굽고, 코코넛 소스를 뿌린 디저트다. 달고, 쫄깃하고, 따뜻하다. 셋째, 반미 누엉 무이옷(Banh Mi Nuong Muoi Ot). 꿀과 고춧가루, 소금을 바른 바게트를 숯불에 구워낸 길거리 간식이다. 밤이 되면 노점마다 불이 켜지고 이 빵 냄새가 진동한다.
잠은 어디서 자는게 좋을까??
숙박은 다양하다. 저렴한 민박부터 빅토리아 누이삼 롯지(Victoria Nui Sam Lodge) 같은 고급 리조트까지 선택 가능하다. 리조트는 삼산 뷰와 수영장이 함께 있는 곳이 인기 많다. 대부분의 숙소는 조식 포함이다. 가격은 1박 20만동부터 시작해서 100만동 이상까지 다양하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간단
호치민시(Ho Chi Minh City) 미엔따이(Mien Tay) 버스터미널에서 쭈독(Chau Doc)까지 야간 슬리핑버스가 운행된다. 6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하노이(Hanoi) 출발이라면 캔터(Can Tho) 공항까지 비행기로 간 뒤, 차량을 이용해 3시간 더 이동하면 도착한다. 도로 사정은 괜찮은 편이다. 이동 중 들르게 되는 현지 휴게소의 커피도 의외로 별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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